지하철에서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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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8년, 크리스마스를 몇일 앞둔 저녁이었습니다.

제가 집이 구리쪽인데 친구들과 저녁에 홍대에서 만나기로 해서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게 됐습니다.

지하철을 탈때 가장 끝칸을 선호하는데, 전 취향대로 밀고 나갈줄 아는 고집있는 여자이므로

그날도 계단을 올라와 지하철 승강장을 따라 가장 끝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어떤.. 시선같은게 느껴지는 겁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반대편 승강장의 가장 끝쪽에 서있던 어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그 아저씨와 아이컨텍을 하면서 걸어갔습니다.

승강장 가장 끝쪽 탑승 위치에 도착해서 결국 그 아저씨와 선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게 됬습니다.

퇴근시간대여서 사람도 많았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아저씨와 저 두사람만 그 지하철역에 있는 것 같은

아주 기묘한 느낌이었어요.

그 아저씨만 줌인 되어 보이는 것 같은? 혹은 그 아저씨 주변이 페이드아웃 되는 듯한 느낌?

아무튼 그런 이상한 눈싸움? 아이컨텍? 같은 아주 묘한 대치상황이었는데,

조금후 반대편 승강장에서 삐리리리리~ 하면서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하면서

안내방송이 나오더군요.

그 전까지는 그냥 이상하게 시선을 돌릴수가 없네? 희한하네? 그런 느낌이었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오싹해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안내방송이 꼭 공포영화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기전에 깔아주는 전조처럼 음산하게 들리더군요.

반대편 승강장 끝쪽에 서 있던 아저씨와 눈을 계속 마주친채 정말 갑작스럽게 올라온 긴장과 소름으로 온 몸이 굳고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왠지 모르게 아.. 눈을 감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가위에 눌린것처럼 꼼짝도 할수가 없었어요.

호흡도 가빠져서 서있는 상태로 울면서 헐떡거리고 있는데, 반대편 선로에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저는 완전히 패닉상태로 그저 그 아저씨와 눈만 마주치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눈감아!!!!!!!!!!!!!!!!!!!!!!!!!!
!!!!!!!!"

하고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듣는 동시에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 앉으며

질끈 눈을 감고 얼굴을 무릎에 묻었습니다.

곧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뒤를 잇듯이 비명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뛰어가는? 뛰어오는? 소리, 신고하는 소리,

여러가지 소리가 들렸는데,

쪼그려 앉아서 고개도 못들고 엉엉 울었습니다.

역무원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아가씨 괜찮아요?" 하며 일으켜 주었고,

저는 되도록 반대편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대로 뛰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버스정류장 건너편 횡단보도까지 전속력으로 뛰어가서는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추게 됐는데,

턱끝까지 숨이찬 상태에서도 눈물은 멈추질 않고, 도무지 지금 내가

어디서 뭘했는지, 여기가 어딘지, 내가 어딜 가고 있었는지, 뭘 하려고 했는지, 무슨 일을 겪은건지,

뭐가 일어난건지 모르겠고 너무 혼란스러워서 숨을 고르며 한참동안 그대로 서있었어요.

찬찬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보니 그제서야 그 아저씨가 투신자살을 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해가 되고 나니까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는

마구 울면서 뭐라고 뭐라고 나 자신조차도 모를 소리를 한참 질렀습니다.

(지금도 뭐라고 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엄마가 강변역까지 대리러 와서는 그대로 집으로 연행됐지요.

지금 와서는 그 날을 생각하면..

그때 눈감으라고 소리 지른건 누구였을까.. 궁금해집니다.

 

-znq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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